1. 영화 배경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맨(The Irishman, 2019)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갱스터 영화로, 찰스 브란트가 저술한 논픽션 책 I Heard You Paint Houses를 원작으로 한다. 이 영화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지미 호파의 실종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그의 최측근이었던 프랭크 시런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 제목인 아이리시맨은 프랭크 시런의 별명에서 따온 것이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자신의 대표작인 좋은 친구들(Goodfellas, 1990)과 카지노(Casino, 1995)에서처럼 갱스터들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이번 작품에서는 보다 회고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기존의 갱스터 영화들이 범죄와 폭력을 통해 조직의 부침을 그렸다면, 아이리시맨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인간관계와 후회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영화에는 로버트 드 니로(프랭크 시런 역), 알 파치노(지미 호파 역), 조 페시(러셀 버팔리노 역) 등 할리우드 전설적인 배우들이 출연하며, 이들의 연기력은 영화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특히 조 페시는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주던 폭력적인 이미지와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러셀 버팔리노 역할을 맡아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아이리시맨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작품으로, 극장 개봉보다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중심으로 관객들에게 전달되었다. 1억 5천만 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며, 특수효과 기술을 활용하여 배우들의 젊은 시절과 노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구현한 점도 특징적이다.
2. 영화 줄거리
영화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긴 시간대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프랭크 시런은 원래 트럭 운전사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평범한 남성이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마피아 조직과 연을 맺게 되고, 러셀 버팔리노의 신뢰를 얻으며 점점 암살자로 성장하게 된다. 프랭크는 조직의 중요한 일을 수행하면서 점차 신임을 얻으며, 노동운동 지도자이자 국제 팀스터 노동조합의 수장인 지미 호파와 가까워진다.
지미 호파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노동조합을 이끌었으며, 정치권과의 유착을 통해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그는 마피아 조직과의 관계에서 점차 갈등을 겪기 시작하고, 특히 마피아가 조종하려는 노동조합 기금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된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프랭크는 한편으로는 지미 호파를 진심으로 따르면서도, 동시에 마피아의 충실한 부하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결국 마피아 조직은 지미 호파를 제거하기로 결정하고, 프랭크는 그 임무를 맡게 된다. 그는 오랜 친구이자 스승과도 같은 호파를 살해하는 순간까지도 심각한 내적 갈등을 겪지만, 결국 조직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호파의 암살 장면과 그 이후 프랭크의 심리적 변화, 그리고 노년의 그가 홀로 남아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노년이 된 프랭크는 과거의 행동을 돌아보며 깊은 후회와 외로움을 느낀다. 그는 가족들과도疏遠(소원)해지고, 동료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나며, 결국 자신만 남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요양원에서 외롭게 앉아 문을 살짝 열어놓으며, 자신의 삶이 끝나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3. 총평
아이리시맨은 단순한 갱스터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선택과 후회의 무게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기존의 갱스터 영화들이 범죄 조직 내에서의 상승과 몰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이 작품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사라지는 권력과 관계의 허무함을 강조한다.
특히 영화의 러닝타임이 3시간 30분에 달하는 만큼, 빠른 전개보다는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을 깊이 있게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일부 관객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깊이 이해하려는 관객에게는 강한 여운을 남긴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로버트 드 니로는 프랭크 시런의 내면적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알 파치노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미 호파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또한, 조 페시는 기존의 강렬한 갱스터 이미지에서 벗어나 차분하지만 무서운 존재감을 발산하는 러셀 버팔리노를 연기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첨단 디에이징(De-aging) 기술을 사용하여 배우들의 젊은 시절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이는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배우들의 움직임이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기술적인 요소들은 영화의 서사와 감정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아이리시맨은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라, 세월이 흐르면서 인간관계가 어떻게 변하고, 권력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깊이 탐구하는 걸작이다. 갱스터 영화 팬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 봐야 할 작품이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