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2018)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의 후속작으로, 전편의 강렬한 분위기와 현실적인 묘사를 그대로 이어간 범죄 스릴러 영화다. 드니 빌뇌브 감독 대신 스테파노 솔리마가 연출을 맡았으며, 전작의 주요 캐릭터인 맷(조슈 브롤린)과 알레한드로(베니시오 델 토로)가 다시 등장한다.
이번 작품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 문제를 더욱 심층적으로 다루며, 특히 테러리즘과 인신매매가 결합된 새로운 갈등 구조를 보여준다. 영화는 마약 카르텔이 미국 내 테러리스트를 밀입국시키고 있다는 의혹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불법적인 작전을 감행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촬영은 뉴멕시코, 멕시코, 텍사스 등의 황량한 지역에서 이루어졌으며, 실제 국경 지대의 분위기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반영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출과 강렬한 액션 장면이 돋보이며, 어두운 현실을 직시하는 스토리가 특징이다.
줄거리
영화는 미국 국경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 사건으로 시작된다. 정부는 테러리스트들이 멕시코 카르텔을 통해 밀입국했다고 의심하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CIA 요원 맷(조슈 브롤린)이 비밀 작전을 맡게 된다. 그의 임무는 카르텔 조직 간의 전쟁을 유도해 세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맷은 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전편에서 함께했던 알레한드로(베니시오 델 토로)를 다시 영입한다. 그들은 멕시코 최대 마약 조직 중 하나의 보스 딸 이사벨(이사벨라 모너)을 납치해, 이를 경쟁 조직의 소행으로 위장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를 통해 카르텔 간의 전쟁을 촉발시키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기면서 작전은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이사벨을 납치한 후, 알레한드로는 그녀를 보호하며 미국 국경을 넘기려 하지만, 내부 정보가 새어나가며 CIA는 작전을 중단하고 모든 증거를 없애라는 명령을 내린다. 즉, 이사벨과 알레한드로 역시 제거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CIA는 맷에게 알레한드로를 제거하라고 지시하지만, 그는 직접적인 행동을 피하려 한다.
한편, 알레한드로는 이사벨과 함께 사막을 횡단하며 살아남기 위해 분투한다. 그러나 카르텔 조직원들에게 붙잡히게 되고, 알레한드로는 사형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 그는 가까스로 살아남아 복수를 다짐하며, 이사벨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려 한다.
결국 맷은 명령을 어기고 알레한드로를 살려두기로 결정하며, CIA의 압박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마무리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1년 후의 모습이 등장하며, 알레한드로가 한 청소년을 찾아가 “넌 시카리오가 되고 싶냐?”라고 묻는 의미심장한 장면이 연출된다. 이는 후속작에 대한 암시로 해석되며, 알레한드로가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을 남긴다.
총평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현실을 날카롭게 조명하며,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벌어지는 혼란과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번 작품은 특히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요소를 추가해 기존의 마약 카르텔과 정부의 갈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스테파노 솔리마 감독은 전작의 분위기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보다 강렬하고 직접적인 액션을 강조하는 연출을 보여준다. 특히 사막과 국경 지대를 배경으로 한 총격전 장면들은 사실적인 연출 덕분에 더욱 긴장감을 높인다. 로저 디킨스가 아닌 다리우스 월스키가 촬영을 담당했지만, 여전히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한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조슈 브롤린은 냉철하고 전략적인 CIA 요원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베니시오 델 토로는 전편보다 더욱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알레한드로를 연기했다. 특히 알레한드로와 이사벨 사이의 관계는 이번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복수와 보호라는 감정이 혼재된 그의 심리를 잘 표현해 준다.
하지만 전편과 비교했을 때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첫 번째 영화가 도덕적 혼란과 현실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한 것과 달리, 이번 영화는 액션과 스릴러 요소에 더 집중하면서 일부 철학적 깊이가 약해졌다. 또한, 후속작을 염두에 둔 열린 결말이 다소 급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여전히 강렬한 연출과 흡입력 있는 스토리,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완성된 작품이다. 전작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며, 긴장감 넘치는 범죄 스릴러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다.